저질체력 커플의 유럽 느리게 걷기 [#1. 로마를 걷다]

2010. 7. 20. 10:25서유럽 여행기




#1. D-day [인천공항에서 로마로]


처음 만나는 유럽.

준비물은 뭐가 그리 많고 열차는 무얼 그리 많이 예약해야 하는지
어느 나라, 어느 도시, 어떻게 갈지, 가서 어디를 볼지, 숙소는 어떻게 할지, 가이드 투어를 할 것인지...
끝없는 문제들을 그냥 대충 대충 숙소랑 이동편만 정하고 무작정 출발 !





출발일은 드디어 왔고 인천공항에서 뷘마마님과 쭐럐쭐래 걷다가
정말 이민 갈듯한 기세로 짐을 끌고 가는 사람을 발견...
캐리어 두개만 달랑 끌고 가던 우리는 내심 자랑스러워 하며

'우리 짐 정말 잘 싼거 같아 그치?'
'맞아.. 역시 우린 ...'




분실 위험도 적고 들고 다니기도 편하고
역시 짐은 캐리어 하나랑 크로스백 하나가 딱 적당...

... 캐리어만 두 개?

가... 가방이 하나가 없어 !!


카메라 충전기, 맥북 충전기, 카드 리더기, 멀티어댑터 등등....
모든 전자기기(?)의 잡동사니를 모두 담은 크로스백을 서울에 두고 우린 인천에...

털썩...

다행히 비행기 시간 4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했기에...
뷘마마께서 다시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에서 서울로, 그리고 다시 인천으로
이탈리아에 소매치기가 많다더니...
소매치기 걱정은 차치하고 어디다 짐 버리지나 않으면 다행이라는 걱정과 함께

우찌됐든 부랴부랴 난생 처음 가보는 유럽으로 출발 !






다만... 이코노미 클래스의 좁은 좌석 말고도 애환이 하나 더 있었으니
자리가 (대부분) 날개 바로 위인지라 날개가 떡하니 자리잡은 창밖 사진밖에... ㄷㄷㄷ 
우째 날씨가 꾸물꾸물 한것이 아름다운 풍경은 안보이고 구름만 한가득...




게다가 어느정도 고도에 오르고 나니 다들 창문을 하나 둘 닫고...
나 홀로 창문을 열면 마치 성경의 한 구절처럼...
'빛이 있으라 하시매 ...기내가 빛으로 가득 차더라...'


아... 눈부셔... -_-
눈치가 보여서 창문을 못열겠고...
결국 창문을 통해 아름다운 지구(?)를 찍어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물거품으로 ㅠㅠ
당최 기내 창을 통해 아름다운 사진을 찍으시는 분들은 우찌 찍으시는거냔... ㅠㅠ


그렇게 카메라는 구석에 두고
꼼지락대기도 하고 영화도 보고 잠도 자고 여행 책도 읽고...
이제 반 좀 넘게 왔으려나 하고 시계를 보니

아직 10시간 남았어 !!!!!
내 인생에서 가장 지루한 10시간 끝에 드디어 이탈리아 입성.



공항에 도착해 보니 이탈리아어로 나오는 방송부터
전혀 생소한 얼굴의 이탈리아 사람들, 여행 온 유럽 사람들...
물론 영어로 작게 안내가 되어 있으니 길을 찾는 것이 어렵진 않았지만

왠지 낯선 곳에 단 둘이 홀로 떨어져 있다는 사실에
괜스레 긴장도 되고 깃발 따라 다니던 아주머님들이 쪼꼼 부러웠던 순간.


긴장을 숨기며 대범한 척 민박집으로 이동 !!
(그러나 캐리어를 끌고 첫 밤에 민박집까지 기차 타기가 두려워-_- 이미 픽업 서비스를 신청해 둔...)



도착 시간은 이미 저녁 11시...
그.. 그런데 민박집의 젊은 아이들은 아직도 와인을 마시며 놀고 있는거냐!!

역시, 젊은게 좋다며 첫날 힘겨운 일정을 마무리하고 기절.
꿈도 꾸지 않고 눈떠보니 아침이었던 그런 첫 날.



#2. D+1 [로마를 걷다]

한인 민박집의 최고 장점 !!
... 아침을 한식으로 든든히 먹을 수 있다...

처음엔 '유럽까지 와서 한식은 무슨...' 이랬지만
여행 후반부로 갈수록 어찌나 든든한 한식의 힘이 그립던지...
커피와 빵, 샌드위치로 채우기엔 한국사람의 위는 이미 쌀밥과 국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ㅠㅠ


첫날의 대강의 여행 코스
[민박집 사장님이 추천해 주신 코스로.... 매우 좋았다... 다만 Re-cafe만 가지 않았더라면... -_-]

(요건 로마 패스 구입하면 받는 지도. 여행 내내 유용하게 활용! 잘보면 어지럽게 그어진 선들이 보인다)


혹시... 로마에 가실분이 계시다면 참고하실 것은
로마는 걷기에 정말 좋고
구석구석 이쁜 성당, 조각, 가게, 사람들(응?)이 많고
지도만 잘 봐도 거리 명이 모든 구석 건물 2층에 잘 보이게 표시되어 있어서 참 좋지만
... 그건 여행의 아름다운 기억일 뿐이고

실제로 걸을때는 꽤나 힘들다 -_-;; (특히 여름이라면 더더욱)
그래도 걷는 것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지하철을 타고 다니기엔 ... 지하철이 잘 되어 있지 않다 -_-
나중에 가이드분께 들은 이야기로는 유적들 때문에 지하를 팔 수가 없어서 딱 가로 세로로 2개 라인의 지하철만 있다고..
그나마 그 지하철은 로마시대 무슨 수도 시설 같은 것과 같이 있어서
지하철 역에는 물이 뚝뚝 떨어지고 배수도 안되고 어둡고 지저분하고 무서운 형들도 많다.

하지만, 그것이 단지 낙후된 시설이 아니라 로마를 그대로 보존하기 위한 하나의 정책이라고 들으니
왠지 또 이들의 생각이 맞는것도 같다.

 그럼 잡설은 줄이고 사진으로...


아침에 떼르미니 역으로 분위기도 익힐겸 산책
(나중에 알고보니 위험한 길이라며 민박집 사장님이 그쪽으로 다니지 말라던 그 길... -_-)



하지만 로마패스는 결국 여행 내내 뷘마마님이 나를 구박하는 구박거리로... 전락한다
"이렇게 걸어다닐거면 로마패스는 뭐하러 사자고 그랬어!! 찰싹 !!" ... ㅠㅠ (잊지도 -> 있지도)



성모 마리아가 조반니 부부와 교황의 꿈에 동시에 나타나셔서
다음날 아침 눈이 내리는 곳에 성당을 지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응?)
그러한 역사를 가진 성당... (조반니 부부가 아들을 갖고 싶어했는데 그 응답을 받은 거랍니다)

집 앞 성당이라고 그냥 지나다니며 봤는데 한국에 와서 보니 4개의 대성전 중 하나란다... ㅠㅠ
(베드로 성당과 뒤에 들를 S.Giovanni in Laterano와 함께...)
심지어 교황의 임시 관저이기도 했다고...
역시, 딱 아는 만큼만 보이는 것 같다...




더 아쉬운 것은...
이 성당, 뒤쪽에서 보는 모습이 더 아름답다는거다... (못가봤다 ㅠㅠ)

(출처 : 위키피디아)

아무튼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그때는 아쉬운 것도 몰랐지만...)
또 하나의 대성당인 S. GIOVANNI IN LATERANO로...


가기 전에 !
로마에서 처음 먹은 젤라또 !!

(나중에 여기저기서 먹어보니 결국 지올리띠의 수박맛이 제일 맛있더란...)


지도에도 써놨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2km... 30분 걷는것은 참 가볍다고 생각했다
룰루 랄라 걷다 보니 어느새 도착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다른 어떤 가톨릭 성당보다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성당이란다 (심지어 베드로 대성당 보다도...)
사진으로 표현하기 어려울정도로 압도적이었던 성당의 정면 ...
(주로 사진을 제대로 찍은 것이 없을 때 하는 표현.. 앞으로 자주 등장한다 -_-)





이 문의 크기가 대충 요정도...


그리고 성당의 규모는






(내부는... 정말 웅장하고 아름다운데, 당최 우찌 찍어야 할지 감이 안와서 그냥 눈으로 담고 왔으나... 지금 후회중... ㅠㅠ)


처음 로마에 올 때는
콜로세오, 트레비분수, 천지창조, 젤라또(...) 등을 기대하고 왔는데
첫날부터 예상 밖으로 성당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그 웅장함과 무엇인지 표현하기 애매한 아름다움
그리고 조금 이른 아침 성당의 고요한 분위기...

내가 카톨릭의 성인들의 이야기나 교회사를 모르는 것이 정말 아쉬웠다...
로마를 다시 찾아가야 하는 가장 큰 이유중에 하나. 제대로 공부하고 다시 성당 투어 !!


아무튼 성당의 웅장함을 뒤로 하고 잠시 휴식 후 콜로세오로 이동 !!



 그렇게 걸어서 만난 콜로세오라는 아이




기대를 너무 많이 했을까? 생각보단 임팩트가 크지 않았던 콜로세움...
개인 가이드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이 보였는데 막 설명을 하고 있기에 옆에 가서 들어봤으나
아무리 봐도 왜 여기서 설명하고 서있는지 모를... -_- 다소 난감한곳..

나중에 들어보니 미드 Rome 을 보고 가면 훨씬 감동적으로 다가 온다고 하는데
참 유럽 제대로 보기 어렵다 ㅎㅎ
로마패스가 없다면 1시간정도 줄을 서야 하지만, 로마패스는 따로 있는 입장게이트를 통해 슝 ~



한국에 돌아와 뉴스를 검색해 보니 이 당시 유럽 폭염...... -_-



콜로세움을 둘러보고는 포로로마노로 향하는 길에 앉아 먹은 시원한 맥주와 거시기... (저거 이름 까묵.. ㅠㅠ)
탄산수 한병에 3천원씩 받는 더러운 유럽 ㅠㅠ
정말 콜로세오와 포로 로마노 근처엔 카페도 없고 식당도 마땅찮아서 참 난감...



문제는 콜로세오를 지나 포로 로마노로...
 

뭐 그래도 완전 시간낭비는 아니었다...
말이 없는 돌들을 보며 이곳은 압구정 한양아파트.. 이곳은 시청광장... 
이러면서 노는 재미도 있으니까 -_-

우리 목적은 역사 탐방이 아닌 그냥 즐기기 위한 여행이었으니
둘이 수다 떨며 걷기엔 소재가 많아 좋은 곳.

...


그러나 이 이후 포로로마노와 팔라티노 언덕은 사진이 없다...
너무 더워서... -_-

문제는 출구를 못찾아 1시간여를 땡볕 아래 가장 더운시간에 헤매이고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를 외칠때 쯤 출구 발견 !

그... 그런데




정말 저 코스 중엔
카페도, 그 흔한 음료파는 곳도, 식당도, 화장실도!!! 없다 ㄱ-

그렇게 쉬다 걷다 쉬다 걷다를 반복하며 캄피돌리오 언덕 바로 밑까지 이동...
이탈리아에서 마신 커피야 정말 두말할 나위 없이 다 좋았지만

아마 이 커피가 가장 맛있지 않았나 싶다..
정말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듯한 느낌



커피를 마시고는 힘내서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광장이 있다(고 한국에 와서 알게 된-_-) 캄피돌리오 언덕을 올라간다


언덕에 앉아서 한시간 반정도 휴식...
지친 다리를 풀어주고는 포로로마노 뷰가 환상적이라 하여 내려가봤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포로로마노는 걷기 보다는 캄피돌리오 언덕에서 내려다 보길 권하고 싶다...
기둥이 저정도 크기였다면, 완성된 건물은 어땠을까...




나중에 후회했지만
원래 이날, 여기서 숙소로 돌아갔어야 했다...

하지만 민박집 사장님의 강추를 받은  Re-Cafe  라는 곳의 피자를 먹기 위해 또 3km 정도의 길을 걸어
포폴로 광장까지 이동....

그.. 그런데!!
'저.. 레스토랑 문 닫았거든요...'  

...

털썩..



추천받은 레스토랑은 못가고 광장에 있는 한 피자집에 들어가
피자를 보던 중 고민...
'사장님이  4 cheese pizza 맛있다고 했으니 먹어보자'
...



... 이날 이후로 우린 이탈리아에서 피자는 그냥 무난한 이름을 아는 녀석들만 시켜 먹었다.

결국 그렇게 하루를 보낸 우리는 해가 9시 넘어서 진다는 사실을 모른채 민박집으로 귀가...
(어쩐지 6시가 넘어도 대낮 같더라-_-)


그리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저녁!!!


계란 노른자와 소금만으로 요리를 한 이탈리아식 까르보나라 !!
아흙... 입안을 맴돌고 있는 곰팡이 치즈 향내를 없앨만큼 엄청난 맛잇었다...

로마 우노 민박집 사장님 사랑해요... -_-
(원래 한식만 하고 파스타는 잘 안하신다고 하는데 이날은 특별히 와인과 함께 !)

아무튼 그렇게 첫날을 마무리 하고 
야경투어는... 다음으로 연기하고 일찍 잤다 -_-

... 나중에 로마의 야경을 보고는 후회했지만
그래도 저질 체력을 감안한다면 훌륭한 선택!!
 
돌이켜 생각해보니 로마는 정말 4일 내내 걸어다녔으니
요건 시작일 뿐이었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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