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느리게 걷기 [#5. 피렌체...]

2010. 8. 4. 09:41서유럽 여행기

 


Day #5 & 6 피렌체를 걷다

지나가며 들르는 조금은 짧은 피렌체 후기

로마랑 달리 아쉬웠던 점은, 
2일간의 일정 중 아울렛 쇼핑이 반나절, 우피치 미술관 관람이 반나절이 잡혀 있었던 관계로
피렌체라는 도시 자체를 느끼지는 못하고 
그냥 관광지 순례(?) 차원에서 찍고 돌아다녔다는 것...

(그래서, 글은 길지 않고 간략하게 사진 위주의 기억만 남았다... ㅠㅠ)
아마 짧아서, 나한테 와닿지 못하고 그냥 들러갔던 곳으로 기억에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각설하고 !
아쉬운 로마를 뒤로하고, 피렌체행 유로스타 ~
유럽에 와서 처음 타는 기차 !!




유로스타 중에서도 신형(?) 모델인 듯한 A, 그중에서도 1등석 +_+
마나님은 여유롭게 개취 감상중 (...)




4일만에 이젠 제법 익숙한 여행자...인척 했지만
여기 도착하기 전에 로마 떼르미니 역에서 에스프레소를 사서는
역을 두리번 두리번 하다가 손으로 툭 ~

커피 같은걸 캐리어에 끼얹었다...

덕분에 우리의 캐리어는 강한 커피향을 풀풀 뿜어 주시는
커피향 캐리어가 되셨을 뿐이고....

니 캐리어가 그냥 커피면, 내 캐리어는 티오피야... (응?)


정신없는 관광지가 아닌 여유롭고 아름다웠던 피렌체의 풍경...

그리고 얼굴 절반을 덮을만한 큰 선글라스를 쓴 귀여운 택시 기사 언니는
정말 주먹만한 얼굴에, 정말 우리나라 오면 연예인 해도 되겠더라

마나님이 이 글을 같이 보는 관계로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_-)

...

아무튼, 난 처음엔 여행에 무슨 쇼핑이냐며 툴툴대며 갔지만
명품 정장 브랜드들이 반값인걸 보고 역시 쇼핑도 여행의 일부라며 인정!!

기분 좋은 쇼핑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씻고는
야경이 아름답다는 미켈란젤로 언덕을 향해 급하게 버스를 탔다


(사진의 손은 지나가던 흑형의 손이 아니다... 내 손... ㅠㅠ)


이 동네 아이들이 참 부러웠던 것은
나처럼 미친듯이 새벽까지 일하며 아둥바둥 살지 않는다는 것.
또 큰 도시에 사는 월급쟁이 직장인들은 혹시 똑같이 살지도 모르지만...
부러웠다. 그렇게 여유있게 사는게




그러나...
아... 30분마다 하나씩 있던 야속한 버스... ㅠㅠ
이미 미켈란젤로 언덕 아래에 도착했을때 해가 거의 지고 있었다
아쉬운대로 마치 공사중인듯한베키오 궁을 배경으로 한컷 찍고는 걸어서 올라가기로 결심..

...

그리고 나의 착각
미켈란젤로 '언덕'이니까 걸어 올라가도 금방일거야...

...

하지만 땀을 미친듯이 계단에 뿌리며 올라간 후엔 
이 산을 미켈란젤로 '산'이 아닌 '언덕'으로 부르는 사람들에게 소송을 걸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힘들게 올라간 미켈란젤로 산 위에선
정말 이곳이 왜 피렌체에서 꼭 해질녘에 가봐야 하는 곳인지를 깨달았다



사진에 다 담지 못했지만, 
저 멀리 노을과 푸르스름하게 어두워 지고 있던 말로 표현하기 힘든만큼 아름다운 야경...


그리고 다시, 해가 밝았다

... 

아침에 내려다보는 피렌체의 풍경.


유럽여행에서 가장 행복했던 것은
아무런 쫓김 없이, 그냥 그렇게 내 마음 내키는 대로 걷고, 쉬고
생각하고 싶을 때 생각하고
그러고 싶지 않을 땐 생각할 필요 없이 쉴 수 있다는 것...

한국에 돌아온 지금, 이젠 벌써 그 여유로움이 가물가물 하다...

피렌체는 일정 없이 그냥 돌아다니기로 했으나
일단 성당은 봐야 겠기에 두오모를 향해 이동 ~






피렌체의 꽃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
정말, 색있는 대리석으로 만든것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다.
화려한 색은 아니었지만, 은은하고 부드러운 녹색과 분홍색, 그리고 대리석의 색이
어떻게 저런 어울림을 만들었을까?



뒷면은 공사중이어서 그랬을까? 
너... 청소좀 해줘야겠다




사실, 앞면은 세례당이랑 사람들 덕분에 시원하게 다 담을수가 없었다... (저렴한 사진실력-_-)
뒷면은 참 이뻤는데, 아무래도 공사중인지라 조금 덜 이쁘지만
깨끗했으면 얼마나 이뻤을까를 상상하는 것도 나름의 재미 !!


문제는, 너무 일찍 와서 성당 내부가 아직 문을 안열었다는 것...
로마는 7시면 다 열었다구 !!



유럽이라서.... 괜찮아....
근데 어쩌니.. 사진이 남아있네..



이 사진은 조만간 삭제 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내부는 얼마나 화려할까 하는 생각에 벌써부터
두근두근~

열시 땡  입장 !!

 

외관은 참 아름다운데 내부는 의외로 단정.. 수려.. 음.. 간결... 정갈... 음?

... 마지막으로 본 성당이 베드로 대성당이어서 였을까?
뭔가 2%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왠지 조각들과 벽화들로 가득가득 채워줘야 할것 같은건
내가 워낙에 건축, 미술에 무지해서 그랬던 것일까..


성당 지하에는 많이 훼손된 또 하나의 성당의 유적이 남아있다..




아마도 이 성당도 예전엔 화려하고 아름다운 성당이었겠지... 

뭐 아무래도, 이 성당은 밖에서 볼 때가 훨씬 아름답다.

그리고 이제 성당 뒷편에 있는 박물관으로 가서
또 하나의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만날 시간 ~

...

25세의 미켈란젤로가 만든 피에타가 아닌 죽을때가 다 되어 만들다가
무엇이 마음에 안들었는지 망치로 스스로 부수었다는 그 피에타






역시 한국에 와서 찾아보니 뒤에 서 있는 니고데모의 얼굴에
바로 미켈란젤로 자신의 얼굴을 새겨 넣었다고 한다...

일부는 디테일 작업을 진행중인듯 하고 일부는 러프하게 남아있어서
마치 돌에 생명을 불어 넣다가 그 과정 그대로 멈춰있는듯한 묘한 기분...



예수님의 왼쪽 다리 부분을 스스로 부수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작품을 보고 처음엔 왼쪽 다리가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걸 보고 나니 신기하게도 알고 보면 참 어색한데, 그 사실을 알기 전엔 몰랐다)


이 작품도 완성되었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아쉽지만, 미완성 나름의 느낌이 강했던 피에타

잠시 지켜본 후에 그곳을 떠났다



피렌체는, 한국으로 치면
대구와 같은 곳이라더니

정말, 이탈리아에 있던 날씨중 최고로 더운 날씨...

그래도 저렇게 기분좋게 걷고 계신 이유는

...

점심을 드시러 가시는 길이시다 !!
그것도 티본 스테이크 !! +_+

피렌체는 티본 스테이크가 유명하다 하여 민박집 사장님의 추천을 받아 찾아간 곳
대성당을 만날때 만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주문 완료 !



메뉴가 이탈리아어로 되어 있을지라도
'This one please' 세 단어로 모든 주문을 해결...
혹은, 이탈리아어는 참 편한것이 그냥 써있는대로
비스테까 알라 피오렌티나 디 필레토 라고 읽으면 다 알아 듣더이다 -_-



뭐 와인은 잘 모르지만, 그래도 왠지 와인 한잔 시켜야 할 것 같은 분위기에
추천 받아 하나 시켜 주시고 ~



나왔다 티본 스테이크 !!
아... 정말 거의 육회 수준의 굽기인데도 씹는 맛이 좋았던 이녀석...

유럽에서 먹은 식사의 대부분이 실패했으나 (잊지 않겠다 곰팡이 피자...)
요녀석은 매우 성공적 !!

우리의 유럽여행 일정 중 가장 맛있었던 식사 중 하나를 끝마치고는
기분좋게 오후 일정을 소화하러 고고 ~

 


1리터 물통을 들고 쇼핑에 전념하시는 마나님...
가죽시장에 못가게 되서 살짝 뾰루퉁하신것 같았는데
우연히 길가다 작은 가죽 장터를 만났다

아마도 주말이어서 오픈한 것이었겠지?
이곳에서 3만원 정도의 저렴한 가방 하나 구입해 주시고 ~

오늘 일정의 하이라이트(일것으로 예상했던) 우피치 미술관으로 갔으나...


....



ㅠ_ㅠ


미술관 관람은 정말이지
가이드에 의해서 10점에서 200점까지 갈리는듯 하다...

흑... 

뭐, 그냥 유명한 작품을 많이 보았다, 정도의 의미 이상을 갖지 못하고
우리 피렌체 일정의 절반을 차지한 반나절의 투어 끝 ~

정말 아쉽게도 벌써 피렌체를 떠나야 할 시간..
...



아쉬운 피렌체 일정은 이렇게 끝이 났다.
이래저래 약간 2% 부족한 피렌체였지만


뭐 그러면 또 어떤가
원래 우리의 여행 컨셉은 '함께 수다를 떨며 걷다' 였으니까

우피치 미술관에서 '메디치 가문 역사의 심도있는 이해와 미술에 끼친 영향' 강의를 듣는 것도
다비드상을 기다리는 줄에서 옆 노부부의 대화를 엿듣는 것도
현지인들이 대부분이었던 카페에서 정말 맛있었던 커피를 마시는 것도
다 즐거운 곳이었다


내일은 이제 지중해의 미친 바다색(?)이 펼쳐지는 제노바로 고고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