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느리게 걷기 #3 [바티칸, 미켈란젤로를 만나다]

2010. 7. 23. 11:28서유럽 여행기


 

로마에서 3일째 아침.
바티칸 투어의 빡신 일정에 대해 익히 들어온터라
아침을 든든히 먹고 서둘러 지하철 역으로 !

...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같이 하는 투어였지만
뭐... 이어폰 끼고 설명 들으니까, 크게 상관은 없었다

지하철을 우르르 몰려 타고 바티칸에 줄서기 고고씽 ~



얘네는 하늘 색이 항상 예술이다... 
더위도 예술이다..




매우 주관적인 기준에서 로마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가이드 !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11시간을 투어를 진행하면서
정말 쉬는 시간 빼고는 5초도 말을 쉬지 않는다...

본인은 절대 웃지 않으면서도 작렬하는 몸개그와 빵빵 터지는 멘트들은
정말 11시간을 1시간처럼 느껴지게 하는 묘한 마력 !
(그런데 저 팔근육은 정말... 소매치기들이 접근 안할 것 같은 근육이랄까...)


이날은 다행히 줄이 길지 않아 기다리면서 1시간 정도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를 듣고 입장




두근두근~  X-ray 검색대를 통과하고 커피와 빵 한조각 간단하게 먹고


본격적인 투어에 앞서서
일단 그늘진 곳에 모여 미켈란젤로와 천지창조, 최후의 심판에 대한 설명을 듣는 시간

컬투를 능가하는 멘트, 이수근보다 뛰어난 몸개그로, 그리고 전혀 몰랐던 신기한 내용들로 
정말 지루하지 않게 느껴진다




그러니까 이분이 흉내내는 천지창조는의 장면(?)중 단연 돋보였던 것은
바로 요장면 !!... 온몸을 비틀어 기우뚱하게 서있는 자세는 정말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출처 : 위키)


이분이 미켈란젤로를 불렀던 애칭은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미친놈, 하나는 젤로..
(좋은 뜻으로, 인간이 미치지 못한 경지에 미치기 위해 그 일에 미쳤다는 큰 뜻으로...
 하지만 뉘앙스는 그냥 미친놈...)

처음엔 응? 미친놈? 그랬지만...
하나 둘 볼수록 이놈은 정말 미친놈이 맞다는 확신을 갖게 되는데...



조각가로서 해부학적 지식이 풍부했다고 하는 미켈란젤로..
정말 천지창조를 사진으로 보고 놀랐던 점

(출처 : 위키)

하나님의 망토의 모양이 인간의 뇌의 단면도와 똑같다...
그리고, 하나님의 옆구리에는 이브가!! 있다 (이거.. 정말 놀랐었다, 왜 몰랐을까)

아담은 생명이 없는듯한 눈빛과 쳐진 손가락으로 아직 생명이 있기 전
생명이 없으면서도 생명을 갈구하는듯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기운없이 들고 있고
하나님이 그 생명을 불어넣기 바로 직전의 그 장면...

솔직히 고백컨데
난 요 한장이 천지창조인줄 알았다... (...)


이 그림 뿐 아니라 천지창조 그림 전체에 심장의 단면, 허파, 광대뼈 등등
인간의 해부 조직도가 정말 정교하게 그려져 있다고 하던데...

그 9장의 그림을 모두 설명해 주시는데
한 장, 한 장 모두에 비밀이 숨어있고 스토리가 있고 또 비화(?)가 숨어있어서
그 이야기 듣는 것에만도 한두시간쯤은 금방


더 놀라운 사실은
미켈란젤로는 화가가 아니라 조각가였다는...

천재유전자 같은걸 끼얹나? 

 (출처 : 위키)

저 천정은.. 완전 평면이다.. 절대 기둥이나 부조가 붙어있는 울퉁불퉁한 면이 아니다;;
특히 그림들 사이사이에 앉아있는 아이들과 기둥은 말로 표현이 안될 정도로 입체감이 느껴진다

조각가여서 그랬을까?
정말 그림이 아닌 조각처럼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의 시스티나 소성당...
(정면에 보이는 것은 최후의 심판.. 두 역사적인 그림이 한 공간에...)

아..

왜 갑자기 여행 후기가 아니고 일로 빠졌지;;
암튼 미켈란젤로는 확실히 미친놈이 맞다.

암튼 일정상 시스티나 소성당을 실제로 눈으로 보는것은 맨 마지막 코스이고
정말 재밌게 설명을 들은 후 본격적인 바티칸 박물관 투어 시작 !



(요거 찍고 회화는 사진찍기를 멈췄다;;  설명듣고 그림 보기에도 너무 바쁘고, 사진 찍기엔 조명도 ...)

여기 오기 전까지 나의 그림을 판단하는 기준은 오로지 '이쁘냐, 이쁘지 않냐'
하지만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바티칸을 걷다 보니
마치 초등학생들이 길거리 간판 이름과 숫자 읽기에 재미 들리듯
그림을 읽는 재미에 빠지게 만들었다...

성경에 나오는 인물, 이야기 들만 좀 알면
정말 이탈리아를 돌아다니는 내내
조각과 그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시다

나중엔, 르네상스 이후 보다 중세 그림들 보고 내용 맞추기 놀이를 하는게 더 재밌더랬다;;




흠...

사진은 없고 글이 길어지는 관계로
바티칸은 과감하게 짧게 생략 !
(이미 충분히 길다며...)




그림 하나에도 수많은 읽을거리가 있고 그런 그림, 조각들이 손 뻗으면 닿는 거리에
보호 유리도 없이 끝없이 늘어서 있는 그곳

가이드분을 따라 중세를 거쳐 르네상스로 넘어오면서
당시 시대 사람들이 처음 저런 그림을 만났을때의 충격을 아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곳




나의 막눈으로 일반인의 (미친.. 미켈란젤로와 그 일당들을 제외한) 작품 중
가장 눈길을 잡았던 천장화... 저 그림이 밑으로 쏟아질듯한 기세로 거대하게 천정에 그러져 있다



이런 저런 놀라움을 거쳐서 드디어 시스티나 소성당으로 이동 !!
기대하던 천지창조, 아침에 뙤약볕 아래서 몸개그와 함께 설명들은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이 눈앞에... 아니, 눈 위에 펼쳐진다.


정말 살아서 금방이라도 움직일 것 같은 그림을 본 것이 그때가 처음이었다

...


30분동안 멍하니 그림을 올려다 보니


목에 디스크 올것 같았다...

...


그래서 잠깐 누워서 봤다...

오래누워있으면 혼난다고 하더라... 일어났다;;


...

그렇게 올려다 보길 30분

...


아쉽게도 나갈 시간이 되었고
가이드님이 무조건 천지창조는 30분은 봐야 한다고 했는데,
그 30분이 너무 짧게 느껴지는 순간.




카메라만 비싼 초보가 찍기엔  또 역시나 너무 거대하신 성당...




그러니까 이 성당을 짓는데 힘쓴 사람 중 내가 아는 사람만 해도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베르니니...
(미술 낙제생인 내가 아는 사람이 무려 셋이나 관여한 건축물은 우주에서 이것이 유일하다)

이곳엔 베드로의 무덤도 있고 십자가 파편 조각도 있고 예수님의 목을 축였던(?) 천,
그리고 예수님의 옆구리를 찌른 롱기누스의 창...도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12월 특정 기간에만 공개한다고)
가히 성당계의 끝판왕...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이곳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가 있다......

이름 그대로의 '슬픔, 비탄'


미술 작품을 보고 어떤 '감정'을 느낀 첫 경험.

...

느낀 감정은 길지만, 공개된 곳에 적을만한 내용은 아니기에 숨긴다.. - -;

...


한 조각을 하던 젊은이(?)가 이것은 인간이 만든 작품이 아니라며
몰래 숨겨온 망치로 내려처 부숴지는 사건 후에
지금은 거의 유일하게 보호 유리 뒤로만 볼 수 있었던 피에타 (나쁜 색히 ㅠㅠ)


보는 각도에 따라 미묘하게 성모 마리아와 예수님의 표정이 바뀌는
그리고 어떤 사진작가가 피에타만을 찍어서 만든 사진책이 있는데
그 중 위에서 찍은 사진을 보고는 정말 깜짝;

정면에서의 고통스러워 하는 표정이 아닌
모든 것을 다 이루고 난 뒤의 편안함까지 느껴지는 예수님의 표정과
정말 지금이라도 하늘로 바로 올라갈 것 같은 그 구도는 잊을 수가 없다...
... (그래서 그 사진책 사왔다;;)


그러니까 결론은

미켈란젤로는 미친놈이 맞다.
어딜봐서 저게 돌을 깎아 만들었단 말인가...





아무튼 두근두근 하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좀 걷기로 !
천사의 성으로 고고 ~



역시 한국에 와서 찾아보니
이 다리의 천사 조각상들도 베르니니가 만든 것이라고...

저 옷자락이 돌을 깎아 만든것이라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천사의 성을 가볍게 둘러보고는
줄곧 피에타와, 천지창조와, 베드로 성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끝도 없이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짠~ 하고 나타난 나보나 광장



 
알고보니 저 조각도 베르니니 -_-
(정말 로마는 도시 자체가 박물관이고 미술관이고 예술품이라는건 저런 이유인가...)



기분탓이었을까?
다리가 아픈줄도 모르고 계속 걷는다...

그렇게 걷다보니 이미 판테온
흥겹게 노는 아이들 구경 잠시 하다가

내친김에 트레비까지 걸어보겠다며 종종 ~




그런데;

이날은 정말 운이 좋았는지

판테온에서 트레비 분수로 가는 길에

우연히 !!!

저번에 그렇게 헤매고도 못찾았던 !!



매번 쓰는 말이지만, 역시 로마는 걸어야 제맛...



(지올리띠 수박맛에 감동받고 정신줄 놓으신 마나님 표정...)

그리고 걷고 걸어 드디어 도착한 !



밤에 보니 더 감동적이었던,
그리고  사람도 더 많았던;; 밤의 트레비 분수.

정말 아무도 없이 혼자서 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하며
새벽 4시 트레비 분수 투어를 계획했으나... 결국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

아쉬운 발걸음은 다시 집으로



집앞 성당... 
S. MARIA MAGGIORE
너 이렇게 멋진 건물이었니;;


왜 진작 밤에 나오지 않았을까..
...

정말 로마 3일차는 모든 여행 일정을 통털어도 최고의 하루 !!
내일이면 로마도 마지막이라는 사실이 너무 아쉬웠지만
내일 피에타와 베드로 성당을 보러 다시 오기로 하고 기절하듯 잠이 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