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느리게 걷기 #6 [환상적인 제노바를 걷다]

2010. 8. 8. 12:39서유럽 여행기





여섯번째 이야기
오늘 간 곳은 지중해가 보이는 제노바 !!

바다색이 정말 저런 파란색이었던 정신없는 곳..




흔히 많이들 가는 곳은 아니지만...
갑자기 마나님께서 여행 정보를 고르시다가
네르비에서 어느 젊은 부부께서 운영하시는 민박집의 카페에 들어가서는 사진을 보고

'여긴 가야해 !!'

라고 해서 여차저차 우여곡절 끝에 가게 된 곳...
문제는 베네치아와 딱 반대쪽에 있어서 베네치아를 포기 !

이유는 예상컨데 이쯤되면 우리의 체력이 바닥나리라...
우리에겐 휴양이 필요해 !! 라고 해서 가게 된 곳이다.

하지만, 그만큼 아름다웠던 제노바의 이야기




제노바에 가기 위해선, 무려 기차를 두번이나 갈아타고 가야 하는데
그 중 첫번째 갈아탄 곳이었던 피사

사탑만 보고 갈까 하는 유혹이 잠시 들었지만, 
이미 우리의 체력은 방전된 상태여서 급한 휴식이 필요한 관계로 패스 ~


그렇게 칙칙 폭폭 기차를 타고 다시 가는데

갑자기 !!



갑자기 창밖으로 등장해 주신 바다님 !!

생각해보니 이탈리아도 반도 국가인데
바닷가에 오지 않는게 이상하잖아 !!





진지하게 마나님과 고민했다

'우리 여기서 일단 내릴까?'

...

... 그러나 일단 캐리어와 백팩과 카메라와 이 모든걸 들고 내릴 수가 없어서...

아참, 피렌체 편에서 깜빡하고 안쓴것이 있는데
컴팩트 했던 1캐리어 1크로스백 정책은 결국 늘어나버린 짐 덕분에 포기..
나는 백팩을 하나 구매해서 등에 이고 가게 되었는데...

백팩을 메고 카메라와 크로스백을 들고... 운동화를 신은...

무언가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지 않은가?







그렇다... 대충 이러한 모양새... 
저기에 캐리어 하나와 크로스백도 하나 더 들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다.


차마 저런 모양새로 지중해느님을 마주칠수가 없어서 포기하고 일단 숙소로 이동~




제노바가 정말 좋은 것은
외쿡인 관광지가 아닌 이탈리아 현지인들이 여름을 즐기러 오는 곳이라 그런지
분위기도 한가롭고, 바가지도 별로 없고 !!

정말 마나님과 단 둘이 외쿡에 떨어진듯한 아무 눈치 안봐도 되는 그런 곳 !



그런데... 

문제는 여기부터 발생했으니 -_-
민박집 사장님께서 말씀하시길

'공원을 가로질러 오시는것이 가장 빨라요.. 얼른 오세요~'
라고 하셨다

그런데 그 공원이라는 곳이 매우 넓었으니
우린 당연하게도



공원 안에서 길을 잃었다 -_-

그리고 우리가 길을 잃은 이후로
민박집 카페 공지에는

공원길 확인 반드시 해주시고, 헷갈릴 것 같은분들은 그 공원 가로질러 오는 길이 최단거리 (10분)이긴 하나
그냥 버스라인이나 해안산책로(느린 걸음으로 15분 이내)로 오시는게 현명합니다. 
" 반드시 지도에 그려놓은 길 그대로 따라 오셔야 합니다." 
공원에서는 잔디따라 길이 여러갈래가 많으니 방향을 잘 잡으세요. 
반드시 인쇄하시거나 그림을 그려서 오시는 것을 적극 권장합니다. ^^ 

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_-...

우린 베타테스터 였던 것인가 !!
(하지만, 도착 후에 두분이 너무 걱정해 주셔서 오히려 늦게 돌아온 내가 미안했었더랬다.. ;;)




길을 잃고 헤메는 것은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한 일 !




공원은 정말 한가롭게 가족단위로 옹기종기 앉아서 쉬고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우리에게도 아름다울 수 있었으나,
캐리어와 백팩과 크로스백과 카메라의 무게가 문제였을 뿐 - -;

그렇게 30분을 열심히 걸었다.



그렇게 다람쥐와, 도마뱀을 구경하며...
결국 탈출에 성공 !

유럽에서는 왜이리 탈출할 곳이 많은지
유럽여행용 네비게이션이라도 하나 만들어 팔아보는건 어떨까? ...
'30미터 전방에서 우회전입니다'



(아, 마지막에 간 곳 포르토베네레 였다. 제일 좋은 곳이었는데 이름이 어렵다-_-)


민박집에 짐을 풀고, 좀 씻고, 바람 좀 쐬다가
첫날 오후에는 까몰리에 방문하기로 !

요기 정보는 위키에도 잘 없는 관계로 민박집 주인부부님 카페를 참조했다..
매우 젊으신 우리 또래 부부 두분이 운영하시는데
이게 민박집인지 아닌지 모를 정도로 깨끗하고 친절하시고 아침도 너무 맛있고 암튼 온갖 찬사를 다 붙여도
모자랄만큼 최고의 민박집이었다
(사실 민박집이라기 보다는 두 신혼부부 사시는데 방 하나 잠시 잠시 한팀씩 빌려주시는 형식이라
 우리같은 부부가 잠시 신세지기도 편한 곳)

사실 아침식사 준비하시는데 한시간씩 준비하셔서 
먹는 내가 다 죄송스러울 정도 ㅠㅠ


게다가 사장님(이라고 부르기엔 좀 어색하지만)
암튼, 사장님은 디자인 전공자 답게 그림을 매우 잘 그리시는 관계로
아침마다 일정을 설명해주시며 그림으로 지도를 그려주셔서
길치인 우리에겐 마치 구글맵과도 같은 역할을 !


이제 슬슬 집에서 나와 해안가에 있는 산책로로 기차역까지 이동 ~




기차를 타고 까몰리에 도착 ~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찮다

이 사람들

전부 수영복 입고 있자나 !!!


...

깜빡하고 캐리어에서 수영복을 안가져 왔다 ㅠㅠ



저렇게 지중해가 주욱 펼쳐져 있는데
그래도 그냥 갈수는 없으니

신발을 벗고
카메라를 부여잡고는
파도를 밟으며 바다를 걸었다

찰박찰박 파도가 발에 부딪히는 그 기분...



아쉬운 것은, 뭔가 카메라를 들고 있다는 것 자체가 어색하고 뻘쭘한 곳이라
사진은 없다 -_-

(다들 비키니 입고 수영하는데 카메라를 들면
 바다에 던져질것 같은 불길한 예감
 던져지는건 괜찮은데 카메라와 렌즈가 비싸다-_-)






이제 저녁을 먹어야 할 시간...

그런데 우리가 오기 전 부부께서 말씀하시길

'요기는 해산물 모듬 튀김 요리가 최고니까 꼭 드세요!!'
'우리 메뉴 읽을줄 몰라효'
'그냥 마레(mare)랑 @#$!@$ 라고 써있는거 드시면 되요'
'음 시도해 볼게요'

(물론 실제로는 매우 친절하고 길게 설명해 주셨다)

그리고 한 레스토랑의 뷰가 좋은 자리에 앉아서는 메뉴를 봤는데...
이상하다 'mare' 가 있긴 한데, 튀긴건 아니다 -_-

'crudite...mare...'

주문 받으러 온 아이에게 물었다

'이거 사람들 많이 먹는거임?'
'응 이거 인기메뉴, 맛있음'
'진짜임? 이거 튀긴건 아니고?'
'ㄴㄴ 이건 차가운거'

(응?)

'차가운거? 이거 요리는 하는거?'
' ... ㅇㅇ 일단 드셔 보셈 맛있음'

그리고 잠시 후 우리 앞에는



'회'가 나왔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crudite(?)가 날것 이라는 의미...
역시 머리가 나쁘면 손발과 입이 고생하기 마련이다;;

그래도 사진은 다 먹고 찍어서 허름하지만 회는 괜찮게 나오긴 했다

문제는
초장이 없다! 간장도 와사비도 없다...

정말 나는 유럽여행에 많은 예측하지 못할 사건이 있으리라 예상했지만
이탈리아에서 회를 먹게 될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ㅋㅋㅋㅋ

회와 함께 이 식사는 20일간 이탈리아에서 먹은 식사 중
가장 많이 웃고 떠든 식사로 기억에 남게 되는데
2시간 정도를 횟집에서 소주도 간장도 초장도 없이 회를 먹으면서
미친듯이 웃었다
아참, 소주 대신 와인 마셨다


미켈란젤로 이야기, 다빈치 이야기, 음악과 현대 미술 이야기, 그리고 회 이야기
(물론 나는 이쪽에 문외한인 관계로 주로 마나님의 강의를 듣는 형태였다-_-)



이 아이의 정체는 뭘까?
아무튼 내 평생 살아오면서 먹어본 회 중에
가장 재미있던 회 !

돈이 아깝지 않은 특별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다시 집으로 고고 ~

사실 바다만 보고 아쉬울 수 있었던 하루였는데
회 덕분에 이탈리아 일정 중 가장 많이 웃었던 하루



# 2일차

아침.
어제의 회가 너무 충격적으로 재미있어서
주인 부부님께 부탁했다

'우리 유럽와서 너무 못먹었어요.. 맛있는것 같이 먹으러 가요 !!'

그래서 저녁에 같이 집앞바다 옆에 맛있는 저녁을 먹기로 약속하고는
2일차엔 포르토피노 -> 산프로토소 방문 !

옛날 해적의 소굴이었다는데
아주 작고 아름다운 해변에서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란다

그리고 이날은 특별히, 유럽 일정 중 유일하게
'카메라 없이 놀았다'
(그래서 2일차 사진은 모두 아이폰 사진)




포르토피노에서 유람선을 타고 30분을 태어나서 본적 없는 바다 색을 구경하며 달려
산 프로토소에 도착
이날 하루를 위해 준비해 온 수영복을 챙기고는 ~




바다에 거짓말처럼 쏙 들어간 곳에 있는 매우 작고 아담한 해변



조기 앞에 파라솔을 하나 빌려서는 짐을 던져놓고
바다에 들어갔다가 ~ 한잠 자다가 ~
올라와서는 역시나 맛있는 caffe shakerato(?)라는 정체 모를
술을 섞은 차가운 커피를 한잔...

크....



아.. 이거 맛있었는데...

이날은 일정이 이게 끝 !
뭐라 더 할말이 있겠는가...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는 지중해 해변에서의 휴양..



젤라또 하나 더 먹어 주시고 ~
아침에 약속한대로 주인 부부님과 저녁먹으러 고고 ~

집앞 바다 옆에 있는 바 같은 곳이었는데
문제는 맥주가 너무 맛있었던거지...

나이 또래가 비슷한 두 부부가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나는 맥주를 벌컥 벌컥 마셨을 뿐이고... 

살짝 기억이 날랑말랑 하는 수준으로 과음해 버렸다;;

신기한건
그와중에도 안주 사진은 다 찍었더라는것...
(안주도 정말 맛있었다 ㅠㅠ)









흐....
어쩌다보니 음식사진 릴레이

아무튼 저렇게 엄청난 음식들과
즐거운 대화와
시원한 바다 소리와
여행의 한가로움이 한곳에 모였던 그날...



그렇게 배부르게 먹고는 소화도 시킬 겸
한밤중의 해안산책로를 걸어 젤라또 집으로... 갔으나 역시 문을 닫았...
그래도 밤바다의 시원한 바람과 소리를 들으며 즐거운 산책
(음 얼굴이 나오지는 않았으니까 요 사진은 올려도 되겠죠? ^^;)

요러고는 집에 와서 정신없이 쓰러져 잠들어 버리고
다음날은 늦잠... ㅠㅠ

#3일차

요기부터는 다음편에 이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