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느리게 걷기 #4. [로마의 마지막 날..]

2010. 7. 24. 15:56서유럽 여행기


 

어느새 로마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이 날 아침에도 아쉬웠지만, 다시 사진을 정리하면서도 아쉬워 지는건 왜일까...

당초 계획대로 1, 2일차는 로마시내 3일차는 바티칸
그리고 4일차에는 미처 못본 것 혹은 꼭 다시 보고 싶은것을 보기로 하였으니

아침일찍 우리가 다시 방문한 곳은




못보고 지나친 성당, 작품도 많았지만
피에타를 꼭 다시 보고 싶었다...

내가 직접 찍은 사진은 어제 올렸으니...
Robert Hupka 란 사진작가가 근접촬영한 피에타 사진 몇장으로 대신해야지..

이이것이 내가 볼 수 있었던 유일한 앞모습....
(아참, 이 피에타.. 미켈란젤로가 24살에 만들었다고 한다.. -_- 미친놈이 맞다)



빛에 따라 달라지는 표정...




쳐져있는 손... 혈관과, 손의 마디와, 접혀있는 옷의 디테일...
저게 어딜봐서 돌이란 말인가...



우리는 이제 볼 수 없는 피에타의 뒷모습...
(다시 말하지만, 천이 아니다, 돌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위에서 본 피에타...
앞에서 본 피에타가 쓰러져가는 예수님을 안고 있는 마리아였다면
위에서 본 피에타는 지금이라도 하늘로 올라갈 것만 같은 예수님을 밑에서 보내드리는 모습...



그리고 정말 놀라운, 위에서 바라본 예수님의 표정...
정면에서 본 고통스러운 표정이 아니다.
성경에 써 있는대로 '다 이루었다' 는 듯한 표정


나만의 허름한 관점에서는,
피에타도 정면에서 보면 비탄과 슬픔의 마리아가 예수님을 안고 있는 정적인 모습이지만

동시에 미켈란젤로가 숨겨놓은 모습은
모든 것을 다 이루고 이제 하늘로 올라가시는 예수님의 그 순간, 동적인 모습은 아닐까?

... 

아니면 어쩔 수 없다...;;





그렇게 30분간 피에타 앞에 서서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보면 볼 수록 빠져드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뒤로 하고 



베드로 성당 내부의 쿠폴라를 받치는 모서리 벽의 4개의 조각 중 하나 
역시나 돌이 돌같지 않은 조각...
작은 조각이 아니다... 높이가 7미터이다...

(3일차 후기에 잘못 쓴 것이 있는데;;
 저 수건은 목을 축인 것이 아니라 골고다 언덕을 올라갈 때 예수님 얼굴의 피와 땀을 닦고
 수건에 그 얼굴이 찍혀있는 것이라고..)



그리고 옆에 롱기누스의 조각도 있는데 그것도 베르니니꺼란다
(로마를 열심히 걷다보니 이분 참 친숙해 진다
 대성당 안에 발다키노와 베드로의 의자도 베르니니가 만들었다-_-)

나오는 길에 피에타 다시 잠깐 봐주시고

다음 목적지는 바로 ~



저 위에 작은 창문이 보이는가...
큐폴라의 엄청난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저 그림들은 회화가 아닌 색깔있는 돌들로 만든 모자이크...



음... 내가 잘못 알고 있는건가?
갔다 와서도 잘 믿기지 않는다;;
내가 듣기론 베드로 성당의 모든 그림과 천정화는 모두 모자이크라니, 아마 맞을것 같다...

문제는 엘리베이터를 타도 끝까지 가는 것이 아니라 중간부터 걸어야 한다는 것을 우린 몰랐을 뿐이고
올라가는 길은 생각보다 험난한데;;






올라가는 길과 내려오는 길이 달라 일방통행이었던 길.
한번 오르기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다.

(저 사진은 아래에서 찍어 저렇고.. 실제로 걷기에 절대 위험하진 않다
 ... 물론 겁에 질려 역주행 하는분이 한분 계시긴 했다;;)



하지만, 그만큼의 위험... 아니;; 고생을 감수할만한 풍경이 곧 등장한다



나즈막한 로마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그 풍경은
먹먹해졌던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

물론, 한국까지 보이지는 않겠지?


시원한 그늘에 앉아서 셀카 놀이도 하고 로마 시내를 둘러보고는
이제

내려가야 한다;;;




심지어 길이 일방통행이어도, 헤매고 끝없이 걷게 되는 놀라운 우리의 여행...



각각의 기둥 뒤에 3개의 기둥이 숨어있다
그러니까 원래는 아래와 같이 정말 많은 기둥이 있다..


(출처 : 위키)

이제 슬슬 지겨워 지겠지만, 이 광장 역시 베르니니가 설계한 것 ...
그러니까, 베르니니가 정장 브랜드인줄 알았던 나는 무식함의 결정체 !!


이제 슬슬 로마도, 바티칸도, 피에타랑도 한동안 못보겠지...




사진을 정리하는데도 아쉽다...
언젠간, 꼭 다시 가야지..


베드로 성당을 뒤로 하고
마지막으로 들르기로 했던 S. Pietro in Vincoli 성당
베드로 사슬 성당이라고 번역하는 모양... (몰랐다 역시;;;)

... 

마지막날까지 느끼는 것은
역시 알고 봐야 한다...

아무 생각없이 방문한 이 성당은 엄청난 성당이었으니...




아... 그냥 저건 중요한 쇠사슬인가봐 누굴 묶었던거지? 하고 지나갔던 나의 끝없는 무지함....;;

그리고 또 한가지 무지함...




미안하다 젤로야... 한국 와서 알았다...
내 눈이 막눈인걸 어쩌겠니;;
(덕분에 사진도 대충 찍혔구나.... 에효)



근데, 돌로 저런 수염을 만드는건, 혹시 돌을 꼬는 재주가 있었던건가? ...

이제 정말 로마 일정은 끝이구나... 하면서 집으로 걸어와서
민박집에서 샤워를 끝내고 옷을 갈아입고
내일 아침 일찍 출발을 위해 짐을 싸려는 순간

생각난 한가지

'테레사의 환희(법열)'가 로마에 있다...

...

미쳤던걸까?

그때 시간이 5시 30분이 좀 넘었고, 성당은 6시에 문을 닫는 상황.
산타 마리아 델라 비토리아 성당은 메트로 2정거장 
마나님은 피곤해서 쉬신다 하시고

혼자 미친듯이 뛰고 걷고... 빠른 걸음으로 
메트로를 향해 간다.



다행히 15분만에 도착.
아마, 제법 힘들게 간 모양이다...
사진이 전부 흔들린걸 보면...



한참을 보고 있는데 숨을 헐떡이면서 조각을 보고 있는 내가 불쌍해서 였을까?
아니면 원래 그 시간에 켜지는 것이었을까 ..

조각상 위에 설치된 조명이 반짝 하고 들어왔다...
그리고 잠시 후...




조각을 한참을 서서 보고 있는데 
두어명의 관광객들과 나밖에 없었던 조용한 성당에 갑자기 웅장한 성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정말 한 500년전부터 그렇게 입었을법한 사제복 같은(?) 옷을 입으신 분이 나오셔서
정중하게 사람들에게 눈짓을 보내셨다...
나가야 하는 시간.

아쉽지만, 다시 밖으로...

그렇게 로마의 일정이 드디어 끝이 났다...

처음엔 그렇게 어색하고 긴장되던 로마가 나중에는 얼마나 떠나기가 싫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