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느리게 걷기, Final Episode. [3/3]

2011. 3. 2. 13:36서유럽 여행기


유럽 여행기, 마지막 이야기

날씨가 살랑살랑하니 따뜻해 지니

다시 또 여행 생각이 간절해 지네요

뭐, 멀리 유럽까지는 못가겠지만 카메라 들고 집밖으로 나가는데 의미가 있는거니까...

암튼, 마지막날 이야기 시작합니다 ~


(이 사진에 대한 설명은 뒤에 나옵니다... ㅠㅠ)


저번 에피소드에서

비가 추적추적 오는날 걷느라 고생하고 호텔로 냅다 들어가서 휴식... 하는데서 끝;

그 뒷이야기.


운좋게도 우리 파리 일정 중에 프랑스의 혁명 기념일이 있었는데

이날 가장 기대되는 것은 바로 !

에펠탑을 배경으로 한 성대한 뿔꽃놀이 !!

그러니까

<출처 : 구글링;; >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 !! 우왕

이날을 위해 무거운 삼각대 짊어지고 (아니, 캐리어에 담고;;) 지금껏 여행을 해 온것이라며...

불꽃놀이 사진은 처음이라 마구 두근두근 설레이며 10시쯤 시작하는 불꽃놀이 사진을 찍기 위해

6시쯤 집을 나섰다.


한손엔 삼각대에 결합한 카메라를 들고...

이미 시간이 늦어 에펠탑 뒤 잔디밭은 만석이 예상되는 상황

차라리 에펠탑이 잘보이는 다리 위에서 보자!! 며

사요궁과 에펠탑이 모두 잘보이는 알마 다리(?)에 자리를 잡게 되는데...



그러니까, 저기 도로 분리대(?)에 자리를 잡았다....;;

마나님 옆에 거대한 삼각대가 보이는가...

뭐, 저때는 추해 보였지만, 한시간도 안되어 저 다리는 차 한대 지나가지도 못할 정도로 사람으로

가득차게 된다. 




그러니까 나름 저 자리는 에펠탑이 묘하게 잘보이는 명당자리!! 라며 

이때까지는 참 좋아라 했었지...

어둑어둑 해가 지면서 사람들은 벌써부터 불꽃놀이를 웅성웅성

다들 하염없이 에펠탑만 보며 수다수다

지루할 틈 없이 시간이 흐르다 보니




드디어 에펠탑에 불이 들어오고

사람들은 환호를 지르고

...

그래도 불꽃은 아직 올라오지 않는다.

... -_-

어두워지길 기다리는 것이겠지




그렇게 더 기다리길 1시간 정도?

드디어

에펠탑에 불이 꺼지고 

'피융~' 하는 불꽃 날아가는 소리와 함께

펑 ~

...

그러나 우리의 결정적인 판단 미스가 여기 있었으니




하지만, 에펠탑까지 불꽃이 가지 않는다 !!!

헐......




그러니까... 

에펠탑 위에다가 대놓고 불꽃 폭탄(?)을 쏠리가 없자나... 



사람들이 잔디밭에 앉아서 에펠탑을 보는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그러니까, 에펠탑은 안보이는 불꽃놀이만 구경했다... 제길 ㅠㅠ



하지만,

삼각대에서 카메라를 조용히 분리하고 눈으로 담는 불꽃놀이도 좋았다

가족은 손잡고 커플은 껴안고 친구들은 발광하면서(응?) 다들 나름의 불꽃놀이를 즐기는 시간

...

삼각대 없이 찍어서 허름하지만

그래도 나중에 아쉬워서 몇컷 찍은 불꽃놀이 사진.









아름다운 불꽃놀이.

계속 불꽃은 올라오고

여행 끝무렵 아쉬움 반, 즐거움 반

복잡 미묘한 심정으로 불꽃놀이를 즐겼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 갈 걱정 반, 설렘 반.



아무튼 그렇게 한참을 넋놓고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끝난 불꽃놀이....

문제는 그 자리에 모였던

조금 과장해서 3천만명정도의 사람들이 다들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지하철은 당연히 꿈도 못꾸고 우리는 또 걷기 시작했다.

한시간 정도 거리.

이제 이렇게 걷는것도 마지막이겠지~ 하면서 파리를 걷기 시작.





그래도, 들고간 삼각대가 못내 아쉬워서 들렀던 루브르

안들렀으면 후회할뻔했다...

그래도 무거운 삼각대 들고 온 보람은 챙겼다며 한참을 시원한 바람을 쐬고는

호텔에 가서 쓰러지듯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여행의 마지막날 아침




마지막날은 루브르 박물관 투어 !

나름 혁명기념일 무료개장 다음날이라 사람도 적겠지 하면서 머리 써서 신청한 날이다.

여행의 마지막날인데 투어가 이상하면 어쩌지... 라는 걱정과 함께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대 만족 !


단체 투어가 아닌 우리 둘만 !!

선생님과 개인 과외식(?) 루브르 투어를 진행했다.
(덕분에 조금 비싸긴 했지만, 충분히 그럴만큼 좋았던 기억)


수준별 맞춤 학습이랄까....

그래도 어느정도 미술에 관심과 지식이 있는 마나님과 달리 나는 그저 백지상태.


뭔가 약간 모자란 아이를 가르치는 느낌으로 

계속 나에게 뭔가 물어보시고 대답하고 

대화와 이야기가 있었던 루브르 투어.



루브르 박물관 투어 시작 !




처음 만난 스핑크스.

박물관에 있는 것 중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아이란다

루브르는 정말 3박 4일을 봐도 다 못볼만큼 넓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냥 선생님 추천 A 코스(?)로 중요하고 재밌고 임팩트 있는 아이들만 보기로.



최대한 많은 것을 달려가며 훑어보는 것 보다는

이렇게 그냥 선택적으로 보는 것이 더 좋았다.



재밌었던 것은, 선생님이 중요하게 보는 것들 보고

우리가 지나가다가 관심갖고 보는 것들이 있으면 또 잠시 멈춰서 설명 듣고



지나는 길에 있는 것들도 하나 하나 얽힌 재밌는 이야기와

미술사(?)의 흐름에 따른 변화들, 발견들, 작품들과 예술가들의 이야기

문제는, 그렇게 몇몇만 골라 봤는데도 6개월이 지난 지금, 내 머리는 이미 백지장 ㅠㅠ

사진으로 남아있는 그래도 기억나는 아이들




왜... 뒷태 사진만 있는 것일까... -_-;;

여행 후기를 쓰면서 사진을 정리하다 당황했다

아마 뒷태가 마음에 들었던 모양...



(출처 : 위키피디아)

앞은 다들 아시다시피 저런 모습.


그러니까 좀 창피하지만 밀로의 비너스는 밀로스 섬에서 발견된거라서 그렇다고 한다...

절대 밀로가 만든게 아니라며... (뭐야 나만 그렇게 생각한건가 -_-)

암튼 기원전 2세기 경에 저런 조각을 만들다니

흠.. 확실히, 조각은 실제로 보는 것이 훨씬 마음에 닿는다.



그리고 루브르에서 만난 가장 인상깊었던 아이

"절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마세요, 앞만 보고. 절 따라오세요"

그렇게 길을 걷다가 

자, 이제 오른쪽을 보세요

라는 말과 함께 만난 .





정말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만난 아이

[ 사모트라케의 니케 ]


아...

유럽에서 처음으로, 망원이 없는게 아쉬웠던 순간

저 높은 곳에서 지금 당장이라도 움직일 기세로 서 있던 조각



승리를 주관하는 여신

선생님의 설명으로는 뱃머리에 위치한 조각이란다..

그래서 온갖 바람과 물살을 가르며 해전의 승리를 기원, 혹은 기념하는 조각



물살과 바람에 옷이 붙어서 휘날리는 모습까지 .

두 팔은 없지만 설명을 듣고 보니

오른쪽 팔을 들고 앞으로 전진할 것을 명령하는 듯한 자세

배의 선수에 저렇게 거대하고 웅장한 조각이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다시 소름 소름




선생님이 준 시간 15분.

유럽 여행에서 새롭게 눈 뜬 재미, 조각 움직여보기..

물론.. 손으로 밀어보는건 아니고;

이리저리 조각의 역동적인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참 재밌었... 던 기억이 난다..

바티칸에서 본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와 또 다른 느낌의 압도적인 조각.


그렇게 니케를 한참 만나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여러 작품을 거쳐



정말, 저 사람들 뒤에서 누가 발가벗고 춤추고 있어도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을듯한 기세의 인기를 자랑하는 이분




모나리자, 되시겠다.

하지만, 사진에서 보시는것 처럼 저렇게 멀리서 봐야 하다니...



솔직히

별 감흥 없었다...;

뭐가 신비한 미소인지 흐음......

나에겐 그냥 '유명하다고 해서 유명한' 작품처럼 느껴졌는데

역시 나의 짧은 예술에 대한 관심 탓인걸까?

난, 그저 내 눈 바로 앞에 있는 조각이 좋다




요렇게 바로 눈앞에서 한올 한올 뜯어보고 방해 없이 볼 수 있는 작품들.

자세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선생님이 뭔가 저 대관식의 상황을 설명해 주며

뒤쪽의 교황? 주교? 암튼; 종교계쪽 사람들의 불편한 심기가 재밌다며 또 나도 재밌게 본 기억.




요것도 재미있었던 작품. 사비니 여인의 중재

이야기인 즉슨

1. 로마인들이 사비니를 침략, 여인들을 납치했다.
2. 사비니는 복수의 칼을 갈아 다시 로마 침략, 여인들을 되찾으러 왔다
3. 하지만 이미 사비니의 여인들은 로마인들과 결혼해서 애를 낳고 가정을 이룬 상황

이 안타까운 전투를 말리는 사비니의 여인들을 그린 작품인데



선생님이 질문한 두가지.

1. 어느쪽이 사비니 남자들이고 어느쪽이 로마 남자들일까요?
2. 이 장면은 싸움이 멈추기 전일까요 멈춘 후일까요?



답은

1. 왼쪽이 사비니.
잘 보면 여기 아이가 있어요 라며 아이를 높이 치켜들고 말리는 여인이 한명 보인다.
그리고 아이를 안은채로 다리를 붙잡고 있는 여인 역시.

2. 싸움이 멈춘 후.
이유는, 양쪽 진영 모두 창이 앞이 아닌 위를 향하고 있기 때문.

이란다.

그림도 좋았지만
이런 이야기와 퀴즈도 재미있었던 시간
심지어는 끝날때 시험도 보신다 했었다...;;




중학교때부터 세계사 시간에 종종 들었던 함무라비 법전

그냥 이렇게 손대면 닿을듯한 거리에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다.




아마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뭐 이러한 무서운 내용들이겠지?

위키를 뒤져보니 의사가 환자를 수술하다 환자가 죽으면 의사의 손을 자르고

건축가가 집을 지었는데 집이 무너지면 건축가는 사형에 처한다 이런 내용

그때나 지금이나 의료사고로 인한 분쟁이나 부실공사는 여전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루브르에는 그렇게 신기하고, 웅장하고, 멋있는 아이들도 있지만

의외로 귀여운 아이들도 있으니...




뒷모습이 귀여운 이 아저씨 !




눈이 매우 매력적이신 따뜻한 도시남자의 느낌을 가진 아저씨

크게 사람들이 관심갖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한참을 웃으며 봤다

뭐 그러면 좋은거지



그렇게 그렇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걷는 루브르




광각이라 잘 안보이지만, 3개의 개선문과 루브르의 피라미드가 일렬로 보이는 재밌는 장소

좋은 날씨, 여행의 마지막 날... 







물론 사진은 몇몇 재밌는 작품들만 찍었지만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의 강행군이

정말 하나도 피곤하지 않고 너무 신기하고 즐겁기만 했던 여행의 마지막 날


아쉬움이라는 걸 느낄 새도 없이 루브르를 걸었다...

그리고는 이제 슬슬 문 닫을 시간...

선생님이 시간이 없긴 한데,

자기 초등학교 동창과 너무 닮은 재밌는 조각이 있다며 서둘러 가면 볼 수 있다고

후다닥 빠른 걸음으로 이동 이동


걷는 길에 직원분들이 이제 문닫으니 나가세요 ~

라고 얘기하지만 네네~ 하면서 계속 가다보니 등장한

또 하나의 귀여운 조각




내가 아는 누군가도 닮은 것 같은 아이 ㅋ





귀여운신데다가 나름 상당히 정교하기까지 하다

여행의 마지막을 마무리 해 준 귀여운 아저씨.


그렇게 루브르 투어는 끝이 나고

너무너무 즐거운 시간 만들어 주신 선생님께 감사 인사 드리고

저녁을 먹으러.



마지막 저녁은 길가에 있는 한 레스토랑

와인과 함께하는 간단한 저녁

난 계속 우울 우울 모드... ㅠㅠ



하지만, 우울한것도 잠시

나름 용기내어 시킨 현지식은 생고기(소)를 잘 다져서 소스와 함께 나온 아이였는데

흐음... 내가 나름 육회를 좋아하긴 하나, 이건 뭔가 맛도 다르고 분위기도 다르고

암튼 달라.....

뭔가 맛있는데 찝찝한 이상 복잡 미묘한 식사


천천히 먹으며 와인도 마시며

서로 어디가 제일 좋았어? 뭐가 제일 좋았어?

매일 매일 이야기 하면서도 이제 마무리하는 시간



음- 당시만 해도 나는 로마가 제일 좋았고, 마나님께서도 로마가 제일 좋다 하셨다

로마의 피에타가 좋았고, 피렌체의 미친듯이 더운 날씨도 좋았고, 

특히 네르비에서 만난 미친색(?)의 지중해 바다는 너무너무 좋았다.

융프라우의 깨끗한 하늘, 리기의 무서운 곤돌라, 피르스트로 가는 트래킹.

그리고 파리의 조금 큰 철탑과 야경, 루브르...

전부 그립다..

아참,

밀라노에서 만난 에어컨느님도 정말 감격...;



아쉽지만, 

호텔로 다시 돌아가는 길.

... 끝까지 버스는 안타고 걸었다.

이제는 한시간 정도 걷는건 아무렇지도 않게 손잡고 사부작 사부작





집 앞 성당에서 화음을 맞춰 노래를 부르던 사람들

이렇게 마지막 산책으로 여행이 끝나... 는가 했지만

한 분 더 계시다





일단 정상적으로 뭔가 유리구슬로 마술 비스무레한걸 보여주시던 아저씨




불꽃을 휘두르며

우리나라 뭔가 쥐불놀이? 같은걸 하신다...

여기까지는 그냥 재밌는 아저씨였지만,

갑자기



옷을.... 





화끈한 복장, 화끈한 쥐불놀이 쇼를 보여주신 아저씨 ㅋㅋ

덕분에 한참을 웃었다

그리고는 마지막 마술이라며 여러분은 이제 주머니에 손을 넣으시고

가지고 있는 동전을 꺼내신 다음 주문을 외워

자기 모자에 넣어 달라며  ㅋ


마지막 밤을 마무리 해 주신 고마운 분 



이제 정말 여행이 끝나고

3성호텔...인 우리 숙소로 돌아왔다

마지막 밤은 잠이 안와 괜히 인터넷도 하고

여기저기 전화도 하고 ...



그렇게 억지로 잠이 들고

아침이 되고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처음 나간 유럽

그리고 연애를 9년이나 했으면서도 처음으로 떠난 20여일의 장기간의 여행

투닥투닥 말다툼도 가끔 했지만

둘이서 그렇게 단 일분도 떨어지지 않고 시간을 보내면서

우리는 분명 뭔가 얻어 온 것 같다




그리고 더불어.






이제 한 5년동안은 여행은 꿈도 못꾸겠지만,

이제는 여행 말고, 생활에서 또 다른 즐거움을 찾을 시간. 



이렇게 일단 1차, 유럽 여행기는 끝이 납니다..

조만간 

여행의 여운을 담은 에필로그로 다시 뵙겠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