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비빔밥같은 남도 입덧 여행기 [ #1. 전주 ]

2012. 10. 30. 14:09소소한 여행들


5주년 결혼기념일이 슬금 슬금 다가오던 시점


둘째를 무기삼아 마나님꼐서 슬쩍슬쩍 눈치를 주신다


'이번에 여행 안가면 앞으로 2년은 못갈텐데... 뭐 바쁘면 안가도 되고... 괜찮아 괜찮아'


말인 즉슨... 여행 안가면 둘째 태어나서 걸을때까지 구박하겠다는 뜻...... 



...



그냥 서울 근교에 가서 바람이나 쐬고 오자는데


이참에 나도 좀 쉬고 싶고 해서 멀리 좀 가고 싶은 마음에 어디갈까를 고민 고민


고민 끝에 우리 둘 다 한번도 안가면 전라도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 !


입덧때문에 식욕이 없어 고생중이니 맛있는 남도 음식좀 먹다 보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이제 9주된 배 속의 아기를 생각해서


최대한 여유있는 일정으로


3박 4일, 전주 & 담양 으로 정했다




역시나 나의 소심한 여행스타일...


폭풍 검색으로 맛집, 숙소, 교통편을 모두 예약한 후 출발 ~







차를 가지고 갈까 하다가


아무래도 일정도 짧은데 운전해서 가면


도착하자마자 녹초가 되어


하루를 편안하게 숙소에서 보낼 것 같은 느낌....



알아보니 KTX가 !!


겨우 2시간만에 갈 수 있다 !!!


오호...




전주 1박, 담양 1박, 광주 1박의 간단한 코스


지도를 미리 스윽 보니

전주는 걸어 다녀도 크게 상관 없을 것 같고

담양은... 좀 넓고... 사실 숙소가 워낙 외곽에 있어서;;


그냥 광주에서 렌트를 하기로 했다


어차피 담양에 가려면 광주를 들러야 하니까


결정적으로 담양 일정엔 전국적인 '비'가 예정되어 있었으니


뭐, 끝나고 보니 참으로 현명한 결정이기도 했고




자 그럼 이제 사진 시작~




다행히 전주에서 볼 곳, 먹을 곳 들은 다 한옥마을 근처에 옹기종기


이제 전주역에서 한옥마을로 이동을 해야 하는데 ~






오랜만에 여행 느낌을 더 내보고자 버스를 선택


빙글빙글 돌아서 가는 것 같은건 내 느낌 탓일까? .......


평일이어서 그런지 여행하는 사람들 보다는


시장 가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주로 보인다.


평일여행 좋은데? 




숙소 체크인은 4시... 우리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일단 배가 고픈 관계로 아침을 먹기로 한다


입덧입덧한 마나님을 위해 국물이 있는 콩나물국밥집으로 고고~




경기전과 한옥마을 사잇길


사람도 별로 없고


한적하고 이쁜 가게들이 줄지어 있는 골목을 걷다 보면






오래된 건물에 하나같이 간판들이 참 이쁘다


역시, 영어보단 한글이 이뻐






어디선가 상덕상덕한 카레내음이 ~


정말 어렸을 때 엄마가 집에서 해주던


당근과 감자가 큼지막하게 썰어져 있는 카레를 팔 것만 같은 집


난 먹고 싶었지만.... 우리는 입덧여행이니까, 국물을 찾아 계속 걷는다.....





한옥도 한옥이지만,


건물 하나하나가 옛스럽게 이쁘고


간판도 아기자기 센스있는 것들도 많고


길가에 저런 소품 하나하나도 참 걷기에 좋은 동네




그렇게 걷다가 목적지에 도착 !





맛집 정보를 찾아보니 콩나물국밥은 왱이집, 삼백집 정도가 유명하던데


우리는 일단 현재 위치에서 가까운 왱이집으로 결정헀다


손님이 주무셔도 육수는 끓는다니 크크




그렇게 안으로 들어가서 자리에 앉으니



전주에서 제일 처음 받은 느낌은


맛집에서 일하는 분들이나, 버스 기사님이나 다들 너무 친절하고 정감가는 분들이시라는거


똑같이 말 한마디 건네고 주문을 받을떄도 기분 좋게 만드시는 능력자 분들


흔한 서울 맛집의 불친절&무관심, 빨리 먹고 나가세요 컨셉보다 훨씬 정감가고 좋다






나야 회사에서 가끔 술먹고 해장하면서 전주식 콩나물 국밥이라는 곳을 몇 군데 다녀봤지만


마나님께서는 이런 콩나물국밥을 처음 드시는듯


매우 만족스러워 하신다


울렁이는 속에 칼칼하고 따뜻한 국물이 드시고 싶으셨다고...





그렇게 한입 떠서 먹어보니


오 !!!!!!


맛있다 


콩나물도 아삭아삭하니 식감도 좋고


뭔가 조미료맛이 아닌 정말 칼칼한 국물



후루룩후루룩 먹다보니 어느새 한 그릇 뚝딱


내가 먹어본 콩나물 국밥중에서 의심의 여지 없이 가장 맛있는 곳



다들 요 맛을 흉내내려고 그렇게 조미료를 넣으시는구만 !


가격도 단돈 5천원 !





그렇게 먹고 나오니 안보이던게 보인다


개조심 !!!







브라우니 크크크 


요즘 대세긴 한가보다



배도 부르겠다 따뜻하게 햇빛도 들겠다


천천히 걸으면서 아까 지나온 전동성당을 향해 다시 사부작 사부작





짜잔



한옥마을에 성당이 어색할수도 있겠으나


이 성당도 무려 1914년에 완공된 것이니 충분히 한옥마을에 있을 자격이 있지 않을까?




앞에 설명을 읽어보니


천주교 신자들을 처형했던.. 풍납문 앞에 그들을 기리며 지어진 성당이라고 한다


어떤 마음으로 그 시대에 이 먼 곳까지 와서 선교를 했을까






성당 안에 들어가니


성당 특유의 느낌


경건하면서도 시원한 성당 특유의 느낌인지, 아니면 저런 건물의 특징인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참 좋은 느낌






성당 좋아요 !






그렇게 성당 안을 잠시 걷고 다시 밖으로



이제 어딜 가지?


한옥마을 안으로 좀 들어가 볼까?




... 내가 바로 처음에 잠시 실망(?)한 1인


그런데 걷다 보니 이런 분위기도 참 좋다


두루마기를 입고 갓을 쓴 분들이 다닐 것 같은 길을 상상한 내가 이상한거....


 






으흣


맛집? 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한옥마을에서 또 나름 유명한 팥빙수집 '외할머니 솜씨'


여름엔 줄서서 먹는다던데, 평일이라 사람이 별로 없다




지금이야 친가 외가, 딸 며느리 아들 사위 구분 없이 다 어머니 아버지지만


그 옛날 출가외인이라던 시대에 외할머니 집에 손주가 가기도 쉽지 않았을테고


시집보낸 딸이 오랜만에 손주를 데리고 오면 반가운 마음에 정성껏 무엇이든 해주셨을 것 같기도 하다....


외할머니 솜씨라는 이름에는 그러한 우리 정서 깊은 곳의 감성이 담긴 ... 건 아닌거 같고 아무튼간에





팥빙수만으로는 뭔가 부족할듯 하여


일하고 있는 알바(?)로 보이는 분께 팥빙수 말고 뭐가 잘나가나용~ 했더니


무슨 카페에서 잘나가는 메뉴 찾냐는 듯한 표정으로 추천해준 홍시보숭이


으허허허허 맛있다...


얼음이 씹히거나 하지도 않고


정말 차가운 홍시를 먹기 좋게 곱게 갈아 만든것 같은 그 맛





임산부인데 이렇게 찬것만 먹이냐는 마나님의 구박에 또 하나 시킨다...


모과차


하지만 결국


팥빙수와 홍시보숭이 조금씩 남기고





근데 정말 얼음 갈아 떡 올리는 할머니를 또 기대한건 내 잘못인건가 !!!


젊은 애들 세네명이 일하고 있어 !!


음..... 뭐 아무튼 맛있으니까







달달한걸 드셔서 그런가 기분 좋아지셨다


그럼 또 걸어볼까용 ~






길을 걷다 보면 정말 저렇게 내가 기대하던... 한옥도 많이 있더라


어느쪽으로 걸어야 하나 하고 지도를 펴보니


성균관 스캔들 촬영지였다던 전주향교를 향해-




사진으로 슉슉 넘어오니 금방이지만 이게 또 은근 걷는 거리가 꽤 되다보니


좀 지치신것 같다



넓직한 벤치에 앉아서 휴식






...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찮다






......






연출된 장면이 아닌


실제상황....


노숙이니....








그래... 임산부시니까


피곤하면 주무셔야지.


너무 아침 일찍부터 기차도 타고 가방도 메고 많이 걸었던 모양이다..


내가 너무 욕심냈나?..



그런데 난 뭐하지?




멀리 가긴 좀 그렇고


주변에서 햇빛 쬐면서 나도 좀 쉬고



그렇게



40분.....


을 주무시고 일어나신 그분




요건 그 옆에 있던 또 다른 돌로 된 벤치


또 주무실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앉아만 있다가 가자신다





정말 넓고 크게 자란 나무 밑에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추울것 같은..... 건물...


기숙사 같은 곳이었을까?






나중에 찾아보니


여기가 공부를 하던 명륜당



그렇게 향교를 휘적휘적 걷고 다니다 보니


아무래도 40분의 노숙으로는 피로가 가시지 않는 모양



마침 숙소 체크인 할 시간도 되고 했으니


숙소로 일단 가자







그렇게 숙소를 향해 또 천천히 걷는데 발견한 것은






...


저거 하나 먹는것도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은데


그래도 하나 더 뽑곘다며 열중하신다





하지만





난 어렸을때도 저거 제대로 성공한 기억이 없는거 같은데?



그렇게 숙소에 도착


어딜 여행하던간에 내가 참 욕심부리는 것들이


숙소, 맛집, 교통편........


편하게 가서 맛있는거 먹고 이쁜곳에서 자고 싶은 욕심...



그래서 우리 여행은 늘 예산 초과지요



아무튼 열심히 폭풍검색끝에 찾은 '시은당'이라는 한옥 숙소






뭐랄까


완전히 한옥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냥 민박같지도 않은


딱 적당히 한옥인 곳


방도 너무 이쁘고 꽤나 넓고 이불도 뽀송뽀송하다





낮엔 아직 많이 덥죠~ 하면서 주신 차


무슨 차인가요 라고 나중에 물으니 '꽃차' 라고 하신다


정말 꽃 내음이 향긋향긋


한잔 따뜻하게 마시고 나니





잠이 솔솔


그래서 낮잠 잤다.


...


두시간정도 ...




일어나보니 어둑어둑 이미 해가 짐


괜찮아... 우리는 입덧여행이니까 피곤하면 쉬어야지



저녁은 내가 먹고 싶은것으로 


막걸리 !!! 안주 맛있다니까 마나님은 안주 드세요 하고는 다시 밖으로





그냥 지나칠 수 없게 이뻤던 밤의 전동성당


큰 나무와 달이 같이 떠 주시니 더 좋구나



택시를 타고


미리 찾아놓은 맛집


'옛촌 막걸리' 고고씽





평일 저녁인데도 사람이 꽤나 많다


으허허 문밖에서부터 뭔가 맛있는 분위기



전주는 특이하게 안주를 따로 시키지 않고


막걸리를 시키면 안주는 공짜


한병 시킬때, 두병째 시킬때, 세병째 시킬 때 나오는 안주가 다 각각 다르다고 한다



하지만 막걸리 한주전자가 흔히 먹는 막걸리 3병인 관계로 ... 우리는 한주전자만...


그런데 나오는 안주가 !!



뭐 이거 이름이 따로 있을텐데 아무튼


정말 맛든 김치와 고기, 두부




전과 삼계탕(?), 족발, 두부김치고기


이 4가지가 1주전자에 기본으로 나오는 안주


맛은 더할나위 없이 대박



그리고 사진엔 없으나


막걸리가 진짜 맛있다.......


내 기어코 두 주전자를 시키리 하고는 열심히 먹었지만


반 정도 마시고는 쓰러짐... 배불러서



아무튼 전주에서 먹은 것 중에 개인적으로 최고였던 옛촌 막걸리






술에 취한건지 안주에 취한건지 아무튼 좀 취해서 숙소 돌아와서 곧바로 취침


다음날 아침 뭐 먹을까 하다가


또 왱이집.... 땡기신단다




그래서 국밥 한그릇 또 후루륵 하고 나오는 길에




이것도 맛있다, 어제는 몰랐는데 흐흣


그런데 이게 또 전주가 그렇게 볼 곳이 많지 않은지라


일단 경기전 한번 휙 둘러보고 오목대 올랐다가 점심먹고 담양으로 넘어가기로 결정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곳이라고 하는데






뭔가 학생들이 여행와서 가이드분이 설명해 주시는걸 듣고 있으니


뭔가 많은 것이 담겨 있는듯 하지만


서있으면 다리아프니까


사부작 사부작





한옥마을 근처는 참 어디나 걷기 좋다


요기는 또 작지만 아기자기한 대나무 숲(?)도 있고





밖으로 나가면 공예 작품들을 파는 곳들도 있고


생각보다 이쁘고 퀄리티 좋은 것들도 있어서 하나 살까 싶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저분 마음에 드는 것은 없었던 모양...






결국, 아이스크림만 하나 사서 한옥마을이 다 내려다보인다는 오목대로


올라간다, 그렇게 심한 오르막은 아니지만


그래도 계단은 다리아파 ~





이건 내 사진실력이 구려서 그런 것도 있지만....


어떻게 손을 보려고 사진을 좀 만졌더니 더 이상해졌어... 



뭐랄까, 정말 한옥만 보이면 더 좋을텐데





그렇다고 뒤에 전주시 건물을 안보이게 할수는 없으니


아쉽긴 하지만 뭐


사진을 꼭 찍어야 하는건 아니니까





한옥마을에 있는 600년된 은행나무도 보고





전주에서의 마지막 점심은 


한정식과 비빔밥중에 고민하다가


어차피


초딩 입맛인 내가 한정식 집에 가도 별로 손가는 음식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전주비빔밥으로 결정


식객에 나왔다던 성미당 !





육회비빔밥 !!





으흠~


맛있다


나는 육회비빔밥, 마나님께서는 그냥 전주비빔밥을 드셨는데


육회 조금으로 맛이 꽤나 많이 차이나는 느낌


한정식을 못먹은 것이 아쉽긴 하지만


이렇게 뭔가 많이 본듯도 하고


설렁설렁 지나다닌것 같기도 한 전주를 뒤로 하고


담양으로 고속버스타고 슝~


은 다음편에.




다음편에는



시원시원한 대나무 산 죽녹산... 죽녹원 아님


내가 보기엔 죽녹 산이 맞음......


아무튼 죽녹원과 떡갈비


그리고




갑작스럽게 결정된


비오는날 내장산 단풍 여행 이야기로 ~



... 는 보고서 다 쓰고 이어집니다.....